미국, 멕시코 은행 3곳 펜타닐 자금세탁 혐의 제재
2025.06.27 박재한 기자

미국 정부가 ‘좀비 마약’이라 불리는 강력한 합성마약 펜타닐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멕시코의 금융기관 3곳을 자금세탁 연루 혐의로 제재했다. 동시에 중국 화학업체와 연계된 조직이 일본을 거점으로 펜타닐 원료물질을 미국에 밀수출하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마약 공급망이 아시아 지역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 재무부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FinCEN)는 지난 25일 멕시코 시중은행 CI방코(CIBanco), 인테르캄(Intercam Banco), 자산관리업체 벡토르 카사 데 볼사(Vector Casa de Bolsa)를 ‘주요 자금세탁 우려 대상’으로 지정하고 이들과의 모든 송금 및 가상화폐 거래를 금지하는 제재 조치를 발표했다. 재무부는 이들 금융기관이 멕시코 마약 카르텔과 연계해 수백만 달러 규모의 자금을 세탁하고 펜타닐 제조에 필요한 원료 구매 자금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의 펜타닐 제재법에 따른 첫 적용 사례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이들 금융 중개자들은 마약 밀매 조직의 자금망 핵심”이라며 “펜타닐 밀매와 연관된 테러조직에 맞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멕시코 정부는 미국의 제재에 반발했다. 멕시코 재무부는 “미국이 제공한 정보는 일부 송금 데이터에 불과하며, 불법 행위를 입증할 결정적 증거는 없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멕시코 금융당국은 자국 금융기관 10곳과 중국 간 거래에서 행정적 오류를 확인해 과징금 약 96억원을 부과하는 등 자체 조치에 나섰다.
한편 일본에서는 중국 우한에 본사를 둔 화학업체 ‘후베이 아마벨 바이오테크’가 일본 나고야에 세운 ‘FIRSKY’ 법인을 통해 펜타닐 원료물질을 밀수출한 정황이 포착됐다. 일본 경제신문 니혼게이자이는 FIRSKY 법인이 암호화폐를 활용해 자금 관리와 제품 거래를 했으며, 조직의 핵심 인물들이 중국과 미국 등지에서 펜타닐 관련 혐의로 기소됐다고 보도했다. 유럽 탐사기관 벨링캣은 “FIRSKY와 아마벨은 사실상 동일 조직”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재무부 관계자는 “지난 6년간 일본 내에서 펜타닐 단속 사례가 없었지만 국제 공조를 강화해 불법 마약 유통을 차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미국 내 펜타닐 남용 피해는 사회적 재난 수준에 이르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2월 중국, 멕시코, 캐나다산 펜타닐 반입을 이유로 20~25%의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이에 호응하듯 중국 정부도 지난 23일 펜타닐 원료물질 2종을 ‘2급 전구체 화학물질’로 지정해 생산과 운송, 수출입에 엄격한 관리체계를 시행하기로 했다. 해당 조치는 다음달 20일부터 본격 적용될 예정이다. 미국과 멕시코, 일본, 중국을 아우르는 펜타닐 공급망 차단 노력이 본격화되고 있지만 각국 간 미묘한 갈등과 조직의 교묘한 위장술로 인해 첨단 합성마약 퇴치는 여전히 쉽지 않은 상황이다.


